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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물건

블루투스 없는 구형 이북리더기(리디북스 페이퍼 프로) 유선 리모컨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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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시작하기전에, 먼저 유튜브 영상을 하나 만들었는데,
1분27초짜리 짧은 영상이니 봐주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sYRE6QIg9E8?si=lediLe-P3vlVLm6-

1분27초짜리 짧은 영상입니다. 아래 설명을 보기전에 보시기 바랍니다.

 
 

1. 누워서 책 보려다 실패하는 이유

자기 전에는 늘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막상 침대에 누우면 결국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이북리더기를 손에 들고 책을 읽는 것보다, 거치대에 연결해 편하게 볼 수 있는 태블릿 쪽이 훨씬 편했기 때문입니다.

침대 거치대가 있으면 자기전에 넷플릭스 보기 너무 좋습니다.

 

물론 제가 가진 이북리더기도 거치대에 연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리모컨을 연결할 수 없는 구형기기이다 보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팔을 들어 직접 버튼을 눌러야 했습니다. 몇 번만 반복해도 어깨가 뻐근해집니다. 결국 독서를 포기하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게 됩니다.


2. 기기의 한계

제가 보유하며 사용하는 이북리더기는 바로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리페프)입니다.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난 제품이지만, 최근 나오는 이북리더기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큼 디스플레이나 기기 마감의 완성도가 높아 지금까지도 굉장히 만족하며 애용하는 기기입니다.

오래전 출시된 제품이라 리모컨이 없는게 치명적인 단점..

 

다만 오래된 기기인 만큼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분명한 아쉬움도 존재합니다. 요즘 출시되는 이북리더기들은 대부분 블루투스 리모컨 기능을 기본 지원하지만, 리페프는 블루투스 칩셋 자체가 없습니다. 리디북스 전용 기기라는 특성상 리디북스에서만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하단의 충전단자는 마이크로 5핀(Micro USB)을 사용하고 있어 외형상으로는 무언가 연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OTG(On-The-Go)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키보드나 리모컨 같은 외부 입력장치를 연결하더라도 기기에서 이를 인식하지 못합니다.(직전 모델인 리디북스 페이퍼에서는 OTG 외부입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루팅 후 Wi-Fi를 경유해 스마트폰 앱으로 제어하는 방식도 시도해봤습니다. 하지만 매번 기기끼리 페어링하는 과정이 번거로웠고 입력 씹힘이나 지연 현상(Latency)도 상당히 심했습니다. 결국 실사용 수준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해볼건 다 해봤다고 판단한 저는 결국 그렇게 포기하게 됩니다.


3. 재도전

그러다 최근에 이노스페이스에서 출시한 마스A라는 최신 이북리더기와 전용리모컨을 와이프가 구매하게 되어 잠시 사용해 봤습니다.

이것도 꽤 잘만든 제품입니다.


리모컨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독서하는 경험은 생각 이상으로 편리했습니다. 손을 굳이 리더기 쪽까지 가져가지 않고 자연스러운 위치에 둔 상태로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이런 방식은 누워서 볼 때뿐 아니라 앉은 자세로 독서할 때도 상당히 편했습니다.
사실상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바로 이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내 리페프를 리모컨으로 조작하고 싶다'는 열망이 다시 불붙은 것이죠.
결국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시스템적으로 입력을 넣을 수 없다면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전자 제어가 안 되면 물리적으로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4. 본격적인 제작

완성도나 마감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고 구조가 복잡한 것도 아니기에 3D 설계를 하지않고 즉석으로 만들어 가기로 합니다. 가공이 쉬운 포맥스를 칼로 잘라 붙이고 본드로 고정해가며, 작업 과정에서 떠오르는 구조와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적용해가며 만들었습니다.

언뜻 독서대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레트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레트로 스티커를 잔뜩 붙여준 모습입니다.

 
 

뒷모습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핵심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터 구동부: 소형 서보모터(EMAX ES08MAII)를 이용해 측면 페이지 버튼을 직접 누르는 방식입니다. 모터 암(Arm) 끝에는 스펀지 패드를 부착해 혹시모를 오작동으로부터 기기 손상을 방지합니다.
    서보모터의 회전방향에 따라 위/아래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 기기 탈부착 구조: 상·하단 덮개를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제작하여, 덮개를 연 상태에서 리페프를 쉽게 넣고 덮개를 닫아 리페르플 편하게 고정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이렇게 열어놓으니 해치를 개방한 탑승형 로봇 같기도..


  • 콘트롤러 : 8BitDo 레트로 키보드를 구입하면 악세사리로 매크로 버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매크로버튼은 누르는 키감과 손맛이 상당히 좋지만(특히 두들길때 손맛이 좋습니다), 사실 활용도가 애매해 방치되어 있어 아쉬웠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이거를 무조건 여기에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쁘게 잘만든 키보드입니다.


    저는 NES 에디션과 C64 에디션 두 종류를 가지고 있어서, 매크로 버튼도 서로 다른 버전으로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위는 NES에디션, 아래는 C64에디션의 매크로버튼입니다.

    두 매크로를 교체해가며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본체 한쪽에 3.5mm 단자를 매립하여 매크로 버튼을 탈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두 종류의 매크로 버튼을 기분에 따라 바꿔가며 사용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중에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그립 형태의 소형 리모컨을 제작해서 연결해 볼 생각입니다.
    3.5미리 단자로 되어있어 탈부착 및 교체가 쉽습니다.


  • 내부 회로: 전자부품들은 기기 뒷면 하단에 별도의 캐비넷을 만들어 수납했습니다. 덮개를 열 수 있는 구조라 유지보수가 편합니다. 내부 구성은 단순합니다. 
    Arduino Nano, 18650 배터리 1셀, 5V 승압 모듈로 이루어진 간단한 회로입니다.


  • 전원 스위치 : 하단에는 메인 전원 스위치를 배치했습니다. 
    이북리더기의 충전을 위해 뚫려있는 구멍 안쪽으로 익숙한 무언가가 눈에 띕니다.


    그것은 두둥!!! 춘리였습니다.


  • 접이식 스탠드 : 침대에서 자바라 거치대에 연결해 사용할 때뿐만 아니라, 책상이나 식탁에서 독서대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접이식 스탠드를 후면에 부착했습니다.  
    접이식 스탠드를 달아주었습니다.


  • 여기서 소스 코드 구현할 때 디테일을 조금 줬습니다. 단순히 버튼을 눌렀을 때 모터가 한 번 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유선 버튼을 꾹 누르고 있는 만큼 모터도 회전 상태를 유지하고 손을 떼면 원위치 하도록 세팅했습니다. 덕분에 '길게 눌러 발동하는 기능'들까지 완벽하게 대응합니다.

5. 후기

완성 후 실제로 며칠 사용해 보니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평소엔 독서대로 쓰고, 밤엔 자바라 거치대에 꽂아 씁니다.
리페프를 거치대에 연결해둔 상태로 버튼은 배 위에 올려두고 가볍게 톡톡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훨씬 편합니다.
덕분에 자기 전 독서량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누워서 책보기 딱.

 

누워서 보는 시점.



6. 소감

사실 이런 프로젝트는 겉으로 보면 “굳이 저런걸 왜 만들지?” 싶은 종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작업을 꽤 좋아합니다. 사소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 일상의 불편함을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아주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겸사겸사 하드웨어 만지며 기술 연마도 되고요.
남들 보기엔 조금 과해 보여도, 저에게는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메꿔주는 완벽한 물건입니다. 이 정도면 구형 리페프도 앞으로 몇 년은 더 현역으로 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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