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크라의 늑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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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크라의 늑대 -1-

28 이슐레이 3 3800
소설판에 글을 올리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ㅅ;ㅋ 소설판 처음 생길 당시에 제가 소설 안올라오면 내가 올릴 거라고 호언장담하고서 운영자 형들한테 막 우겨갖고 만들어졌죠 ㅋ_ㅋ
근데 지금 이꼴임 =ㅅ=

폰게임 영웅서기는 다 아실거에요 ㅎ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영서3를 배경으로 써졌답니다 ㅎ 원래 네이버 영서3 카페에 올리려고 블로그에 게시하기 시작한 건데, 무개념이라고 할까봐 블로그랑 카페좌표는 안가르쳐 드림 =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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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깔한 모래바람은 아스크라 사막지대의 황량한 벌판을 가로지른다. 그 물 한방울 나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 엔자크는 외로운 섬처럼, 혹은 신기루처럼 서 있다. 아무리 후방이라고는 하지만 이곳도 평화롭기만 하지는 않을 터. 곳곳에서 모여든 상인들에게는 사막의 몬스터로부터 생명과 짐을 보호해줄 튼튼한 방벽이 필요했고, 그것은 용병길드라는 이름으로 나타났다.

 엔자크에 흘러든 용병들은 길드와 여관을 거점으로 삼아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 이들은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악덕 상인에게 고용되어 다니다가 괴물에게 죽거나, 운이 좋으면 살아서 쥐꼬리만한 급여를 받는다. 그런 이들은 장비도 변변치 못하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죽는 일이 다반사고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꽤 큰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가장 안전한 축에 드는 일은 대상(隊商)을 호위하는 일이지만 그런 일을 하다보면 꽤나 먼 거리를 쉬지도 못하고 다녀야 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런 일을 했다. 사람이 떼지어 몰려다니면 몬스터들도 잘 접근하지 않는 편이라는 것을 노리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끔이지만 더욱 더 강한 몬스터가 심심찮게 얼굴을 들이민다는 점이다. 약한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은 오히려 더 강한 몬스터를 자극하는 일이 되었고, 예전엔 던전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던 대형 몬스터들까지 불러들이는 결과를 야기했다.

 또한 삼일을 굶으면 담을 넘는다는 속담이 있듯, 중형이나 소형 몬스터들도 오랜 기간 굶은 녀석들은 눈먼 부나방처럼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기도 한다. 이런 녀석이 가장 위험한 놈이다. 대형 몬스터는 화가 났더라도 치명상을 입었거나 자신이 이기지 못할 상대라는 걸 파악하면 도망칠 줄 안다. 그것이 물론 그들이 대형으로 자라날 수 있게 만들어준 기본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배가 고파 몰려드는 몬스터는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하기가 더 힘들다. 문제는, 대상(隊商)을 호위하는 내내 그런 녀석들에게 시달려야 한다는 점이다.

 노련한 용병이라면 차라리 엔자크 근처에서 자주 출몰하는 소형 몬스터나 사냥하여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나 뼈, 고기(이런 것을 먹을 녀석이 있다면), 피, 가죽 등등을 파는 일로 생계를 유지한다.



덜그렁 덜그렁

 용병길드의 주인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청년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나도 처음엔 저런 모습이었지. 저 녀석도 어딘가의 악덕 상인에게 고용되었던 모양이다.

 청년은 붉은색의 허름한 갑옷 위로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는데, 갑옷이 원래 붉은 건지 피 때문에 붉은 건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숨소리에 비해 얼굴 표정은 멀쩡했다. 그 멀쩡한 표정으로 카운터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별안간 그 앞에 털썩, 쓰러져 버렸다.

“누가 이 녀석 좀 여관으로 옮겨.”

 그가 용병 못지 않은 험악한 인상을 뽐내며 말했지만 그 청년은 역시 자기에게 볼일이 있었던 모양인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용병길드의… 마스터?”

“그래, 내가 주인이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 붉은 갑옷의 청년은 감격에 가까운 표정을 지으며 품 속을 더듬어 붉은 피로 얼룩진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이… 이걸.”

 마스터는 망설임 없이 청년의 손에서 주머니를 받아든 뒤 내용물을 확인했다. 보석이다.

“뭐지 이건?”

“그걸… 북쪽에 있는 유적에…. 보수는 이천…. 붉은 문신이 있는 남자가….”

 그리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 마스터는 혹시 죽었나 싶어서 맥을 짚어보지만 아직 살아 있다. 피곤과 피로와 안도감이 겹쳐 기절한 모양이다. 그는 마침 도착한 알바에게 간단한 설명과 함께 보석을 맡겨놓고는 자신이 손수 청년을 안아들고 여관으로 향했다.



 하늘에서 추락한 돌들이 떨어져 생긴 곳은 대륙 서부의 네오솔티아지만, 대륙 동부의 경우도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몬스터를 잡으면 저절로 돈이 댕그렁 댕그렁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은 군인이 되어 솔티안과의 전쟁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북부의 사막지대에 가서 용병노가다라도 뛰어야 하는 법이다.

“이곳이 엔자크인가?”

 커다란 대검을 등에 진 남자가 사막의 외로운 섬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렇게나 자른 진회색의 머리칼과 얼굴에 난 수많은 흉터들은 그가 짧은 평생이나마 별로 평탄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것이었다.

덜그렁 덜그렁

 문을 제치고 용병길드로 들어간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비친 것은, ‘난 내가 예쁜 걸 알지. 봐봐, 저 용병 나부랭이들도 나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안달이잖아? 하지만 난 지저분한 용병과 결혼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내 왕자님은 언제나 나타나 주실까-’라는 표정의 알바녀였다. 객관적인 평가로도 그녀는 나쁘지 않은 생김새였지만, 그 따위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가 예뻐보일 사람은 물론 없다.

 남자는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서 알바녀에게 물었다.

“의뢰를 맡으러 왔는데.”

“이름이 뭔가요? 여기서 일하고 싶으면 우선 등록을 해야 해요.”

“리츠.”

 알바녀는 새침한 표정으로 의뢰목록을 꺼내주었다. 그녀는 단지 의뢰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가 사실은 자신에게 집적대기 위해 온걸 안다는 듯한, 그리고 또 그 남자가 잘생기긴 했고 또 내타입이긴 하지만 쉬운 여자로 보일 수는 없다는 듯한, 그런 눈길로 남자를 훑어보았다.

“젠장… 볼품없는 의뢰들 뿐이군.”

 대뜸, 남자의 입에서는 욕설부터 나온다. 알바녀는 그나마 잘생겼으니까 대답해준다는 식으로,

“여기는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라고 말해준다. 그러더니 덧붙이듯이 또 한마디 한다.

“리츠씨도 사실은 솔티안과의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온 거잖아요?”

 대부분이 그렇다. 안봐도 안다. 기실 대부분의 용병들은 솔티안과의 전쟁을 꿈꾸며 엔자크로 찾아온다. 물론 결국엔 군인이 되기까지 실력을 쌓고 전장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지만.

“그래, 저 빌어먹을 솔티안 놈들을 좀 밟아주러 왔지. 그래도 주머니는 좀 채워야 하지 않겠어? 대륙 동쪽에서부터 온 거라고. 지금 빈털터리야.”

 보통 알바라면 여기서 끝이다. ‘어쩌겠어요?’ 한마디와 어깨를 으쓱해주는 게 전부다. 그러나 그녀는 은근히 리츠에게 호감이 생기는 터. 이쯤에서 한번 호의를 베풀어주는 게 좋지 아니한가.

“그나마 지금 들어와 있는 의뢰 중에선, 음…. 북쪽의 유적에 물건을 보내달라는 의뢰가 제일 낫네요.”

 알바녀는 의뢰내역과 2000G라는 보수가 적힌 내역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리츠도 그걸 훑어보더니 곧 응락한다.

“그걸로 하지. 당장 오늘 밤이 급하니까.”

“네, 그럼 물건 전달하겠습니다.”

 보석이 든 울긋불긋한 주머니는 알바녀의 손을 거쳐 리츠의 손에 들어갔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단단한 보석의 서늘한 감촉이 더 인상적이겠지만 주머니의 얼룩이 피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리츠에게는 손뿐만 아니라 심장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사막 북쪽, 등대 모양의 유적에 있는 붉은 늑대문신의 사람에게 이 보석을 전달해 주세요.”

 알바녀는 의뢰서를 수납장에 집어넣으며 생각한다. 붉은 늑대 문신이라… 그리고보니 아까 주인이 여관으로 데려간 청년도 갑옷 아래로 붉은 늑대 문신이 엿보였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그녀가 리츠에게 말해주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3 Comments
1 Rhythm & Blues 2009.10.02 10:15  
  방증해주는 것이었다. -> 반증해주는 것이었다 아닌감?
28 이슐레이 2009.10.03 13:34  
  반증은 반대사례로 입증해주는 거고 방증은 간접적으로 입증해주는 거임 ㅎ
1 Rhythm & Blues 2009.10.31 11:37  
  아하 그런 말도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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